
가사
“왜? 늦었는데 같이 가지 않고.” “얼굴만 보고 금방 들어갈게요.” “조심해서 다녀.” … “하아… 아직 입김이 나네.” 쌀쌀한 봄의 저녁. 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11시가 넘은 시각, 그녀가 좋아하는 치즈김밥을 사들고 그녀에게로 향했다. 유난히 어두운 그날 밤, 내 가는 길을 비춰주는 달빛을 타고 나는 내 운명이 바뀐 곳을 지나고 있었다. 쾅!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나를 실은 오토바이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쾅. … 눈을 떠보니 검붉은 바닥 위로 부서진 오토바이가 보였다. 조금 전, 분명 홍릉 사거리에서 직진을 했는데, 나는 사거리를 채 지나지 못하고 바닥에 누워 있었다. 예측출발로 좌회전을 하던 승용차에 부딪혀 자동차 앞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아스팔트 위에 던져져 목이 부러졌다. 일어나려 했지만 손은커녕 손가락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내 가는 길을 비춰주던 달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오늘을 넘기기 어렵겠어. 가족들 불러요.” 희미한 의식 속 응급실 의사의 건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오늘을 못 넘긴다는 걸까. 처참한 울음소리에 눈을 떠보니 눈물범벅의 가족과 친구들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빠…” 그녀도 함께였다. 그녀의 눈물이 내 몸에 뚝뚝 떨어졌다. 그런 모습으로 김밥을 전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잡고 있던 내 손을 놓으시며 오열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는 긴 시간동안 잠을 잤다. 얼마나 오래 잤던지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는데 내가 지금 잠을 자고 있는 건지,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살아 숨 쉬고 있는 건지, 아무것도 구별되지 않았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3, 4, 5, 6번 경추_7개의 등골뼈로 된 척추의 윗부분, 목뼈_가 골절되며 신경이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어깨 이하로 신경 마비가 와서 움직일 수 없고 감각도 거의 느낄 수 없을 겁니다. 평생 누워서 지내야할지도 모릅니다.” 11시간의 긴 수술이 끝나고 무사히 깨어났지만 자가 호흡이 되지 않아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어야 했다. 간신히 눈꺼풀만 움직일 뿐 손끝, 발끝 하나 움직여지지 않았고, 그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1차 수술은 머리에 20kg의 추를 3개 달아 고정한 뒤 목에 상처를 내고 신경에 박힌 뼈 파편을 빼고 목뼈를 나사로 고정하는 수술이었다. 신경에 뼈가 박혀있어 머리를 움직이면 위험하기 때문에, 머리를 고정할 수 있는 무거운 추를 단다고 했다. 그 덕분에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병원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있어야 했다. “저… 어… 저어… 느은… 어… 떠언… 가아…요?” 온 힘을 다해 간신히 입을 움직여 보았지만 내 상태가 어떤지 말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날 보며 눈물만 흘리는 가족들, 기도하라는 담당 의사. 나는 그들의 암울한 표정과 눈빛만으로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음을 알았다. …이게 정말 현실일까? … “아무도 없어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을 벗어나려 소리를 질러본다. 허나 대답 없는 메아리는 이내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발을 떼어보려 해도 다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몸이 떨려온다. 어둠에 몸이 묶여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나는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살려줘요. 제발… 제발!” … 꿈이었다. 아니, 현실이었다. 생생한 꿈 인줄 알았는데 거짓말 같은 현실이었다. 나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오한이 들어 떨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크레딧
- 아티스트
- 김혁건
-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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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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