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사
배를 눌러가며 노래하는 영상을 소속사 사장님께 보내드렸다. 영상을 보신 사장님께서 내게 다시 음반을 준비해 보자고 하셨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크로스’ 앨범을 제작해보자는 사장님의 말에 팀 멤버도 한 걸음에 달려왔다. 나는 병상에서 가사를 적어 시하에게 보냈고 그는 멜로디를 만들었다. 드디어 녹음 당일,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었지만 작업 첫 날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녹음실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 2층에 위치해있었다. 아버지와 매니저, 녹음실 엔지니어들을 포함, 6명이 나를 들어 계단을 내려갔다. 전동 휠체어만 해도 무게가 엄청난데 내 몸무게까지 더해졌으니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녹음실 부스에 들어가 노래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배를 눌러주시면 매니저는 휠체어가 움직이지 않도록 뒤에서 막고 있어야했다. “기인. 하. 루. 가.…” 처음에는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가사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찍듯이 불렀었다. 세, 네 글자만 불러도 어지럽고 힘이 들었다. 배를 누를수록 소리가 잘 나오긴 했지만 몸에 무리가 가니 계속 누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중간에 냄새가 나서 소변이 샌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녹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기저귀를 했는데도 소변이 흘러 바지가 다 젖어 있었다. 6시간을 녹음해서 가사 한 줄이 완성되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다는 것, 또, 내 곁에 이런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나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우리는 서로를 다독여가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동료들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나를 잘 따라주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가수들이 한 곡을 녹음하는데 3시간 정도 걸리는데, 나는 1절이 완성되는 데에만 6개월이 걸렸다. 나중에 복부 압력기 1호가 제작되어 진행속도가 나아지긴 했지만, 기계가 너무 무거웠고 기어 맞물리는 소리가 나서 녹음실에서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가볍고 소음도 적으면서 복압을 여러 방향으로 눌러주는 기계를 다시 만들었다. 녹음을 한 번 하면 2, 3일은 앓아누웠고, 몸에 무리가 가서 녹음실에 가는 횟수를 줄여야만 했다. 하지만 몸이 나아지면 바로 녹음실로 달려갔다. 그렇게 꼬박 1년이 걸려 완성한 곡이 바로 <항해>이다. 「종이로 만든 배처럼 작은 비구름마저 내겐 위험하지만 또 다시 파도에 춤춘다. 다시 세상이란 바다 위 파도에 춤을 춘다. 내 곁에 늘 그대 있음에 파란 빛의 바다 위 나는 노를 젓는다, 파도와 춤을 춘다. 마치 봄이 온 첫날에 첫 번째 햇살이 하듯이. 얼어붙은 나를 녹여 항상 배를 띄우게 해. 바로 그대란 사람. 또 하루 살아남는 이유」 ‘더 크로스’는 2015년 1월, 다시 희망의 돛을 올렸다.
크레딧
- 아티스트
- 김혁건
-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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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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