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사
사고 이후 가장 아팠던 건 부러진 목도, 다리도, 욕창으로 썩어버린 몸도 아니었다. “우리 포기하지 말자.” 평생 어깨 아래로는 못 움직일 거라는 말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를 보살펴 주던 그녀는 나의 모든 것이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아와 용기를 주던 그녀였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내 모습에 조금씩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그건 사랑이 변한 것과는 다른 것이었는데도 나는 그녀가 떠날까봐 두려웠다. 줄어든 면회, 뜸해진 통화가 그녀의 마음 때문이 아닌 걸 알면서도 변해버린 현실이 두려웠다. … 왜 전화 안 받아? 오늘 뭐했어? 누구 만났어? 내가 모르는 사람이야? 왜 말을 안 해? …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집착하는 말들로 그녀를 괴롭혔다. 병원에서 꼼짝도 못하는 나는 그녀를 기다리고, 그녀를 떠올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반복되는 일상에 할 말도 없었으니, 매일 똑같은 질문과 다툼의 연속이었다. 그녀가 곁에 있을 때조차 불안해하는 나의 어리석음에 그녀는 더 차가워졌고, 우리 사이의 벽은 점점 높아져만 갔다. 나는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곁에 있기를 고집했고, 지켜줄 수 없으면서 붙잡아두려 했다. 그녀의 꿈과 자유를 막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그저 예전처럼 함께하기만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우리는 헤어졌다. 6년간의 시간, 함께 했던 약속들도 모두 사라졌다. 이별은 내 몸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었다. 나는 너무나 쉽게 다시 무너졌다. 우릴 닮은 아이와 따뜻한 집을 그리던 그 때의 기억이 매일 날 아프게 했다. 욕창으로 수 없이 긁어낸 피부에는 다른 피부를 덮었지만 떠나간 그녀에 대한 기억은 무엇으로도 덮이지 않았다. 하루는 떠나간 그녀가 가여워서 울고, 하루는 남겨진 내가 가여워 울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사랑했던 기억을 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내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추억으로 산다고 하더니, 내게는 그 시기가 조금 빨리 찾아온 것 같다. 사고 후 망가진 것은 몸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우리가 헤어지게 된 것은 장애 때문이 아니라 나약해진 나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변화된 몸과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던 내가 그녀를 몰아대고 재촉하고 밀쳐냈던 것 같다. 극과 극을 오가던 나의 심리상태가 곁에서 묵묵히 지지해주던 그녀에게 때론 지나치게 때론 무정하게 대하도록 했다. 그러니 그녀가 결코 과거를 아파하거나 미안해하지 않기를. 그저 부족한 내 곁에 있어주느라 수고했다고 그리고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 이제 그녀를 보내야 할 시간이다. 그대의 꿈과 행복을 찾아서 나아가기를. 나도 당신에게 배운 사랑을 발판삼아 꿋꿋이 살아남을 테니. … 한 때는 나의 모든 것이었던 사람이여. 부디 안녕히
크레딧
- 아티스트
- 김혁건
- 장르
- -
- 발매일
- -